[사건을 보다]엄마 숨지고…모두가 거부한 젖먹이

  • 작년


[앵커]
태어난지 4개월 된 아이가 아직 출생신고를 못하고 있습니다.

엄마가 출산하는 중에 숨졌고, 엄마의 남편은 아이를 데려갈 수 없다 거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떤 사연인지, 사회1부 이상연 차장과 사건을 보다에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Q1. 아이가 태어났는데 누구도 데려가길 거부한 건가요?

네 지난해 11월 충북 청주의 산부인과에서 한 여성이 출산 뒤 숨졌습니다.

병원은 남편 A씨에게 사망 사실을 알리고 아이를 데려가달라 요청했는데요, A씨는 아이를 데려가는 것은 물론 출생신고도 거부했습니다.

산부인과에서는 법적 아버지가 아이를 데려가지 않는다며 112에 신고를 했고, 경찰은 아동학대 유기 방임 혐의로 A씨에 대해 입건 전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Q2. 거부한 이유가 있었을까요?

자신이 친부가 아니라는 이유였습니다.

아내가 가출해 이혼 소송을 진행하고 있었다는 건데요, 남성은 아내의 가출 뒤 세 아이를 홀로 키우며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었다며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습니다.

Q3. 이런 경우에도 A씨가 경찰 조사까지 받아야 하는 건가요?

네 바로 우리나라 민법상 '친생추정 규정' 때문입니다.

"아내가 혼인 중에 임신한 자녀는 남편의 자녀로 추정한다"는 규정인데요, 아직 이혼 확정 판결이 나지 않은 상태였다 보니 법적으로는 아이에 대한 책임이 A씨에게 있었던 거죠.

Q4. 결론적으로 형사 처벌은 피할 수 있게 됐다구요? 

네 유전자 검사 결과 친부가 아닌 사실이 드러났고, 가출, 별거 등의 사실이 확인돼 경찰이 사건을 종결했습니다.

Q5. 문제는 아이네요, 아이는 누가 보호하고 있나요?

아이는 데려가겠다는 친인척이 아무도 없어, 임시 보호시설에 머물고 있습니다.

태어난지 4개월이 되도록 주민등록번호나 이름도 없이 지내고 있는데요, 이 같은 소식을 들은 유니세프가 A씨를 설득해 법원에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하도록 법률조력을 제공했습니다.

법원에서 친 자식이 아니라는 판결을 받게 되면 지자체장이나 검사가 직권으로 출생신고를 하고요, 이후 가정위탁이나 입양등
아이를 보호할 방법을 검토하게 됩니다.

Q6. 아이도 안타깝지만 A씨도 억울했을 것 같은데요?

친생 추정의 규정이 말그대로 '추정'이기 때문인데요, 법조계에서는 이 규정이 없다면 혼인관계에서 태어난 모든 아이의 친부를 따져봐야하는 상황이 된다며, 규정 자체는 꼭 필요하다고 보고 있는데요, 다만 DNA 검사의 정확도가 높아진 만큼, 필요할 땐 소송까지 가지 않을 방법을 마련할 필요는 있다는 지적입니다.

[정훈태/ 변호사]
"시군청에 DNA 검사 자료를 제출해서 호적을 좀 빠르게 정리할 수 있는 제도들이 완비가 되면 소송이라는 불편한 절차를 안 거쳐도 훨씬 더 간편하게 호적 정리를 할 수 있겠죠."

아이를 위해서도 법적 제도적 보완이 필요해 보입니다. 

사건을 보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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