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간다]땅꺼진 곳 옆 줄줄이 터파기…“발밑이 불안”

  • 2년 전


[앵커]
석달 전 양양 낙산해수욕장에서 땅꺼짐 사고가 발생했죠.

모래 지반에 고층 건물을 올리려고 한 터파기 공사가 원인으로 지목됐는데요.

지금은 어떻게 변했는지 남영주 기자가 다시 가봤습니다.

[기자]
편의점 천장이 힘없이 주저앉더니, 진열대와 물건이 땅 속으로 빨려 들어갑니다.

동해안 낙산해수욕장에 있는 편의점 건물이 무너진 건 휴가철이 한창이던 지난 8월 3일.

편의점 5m 옆에서는 지상 20층, 지하 6층 규모의 호텔 신축 공사장이 있었습니다.

인명 피해가 없었던 게 천만 다행이었습니다.

[인근 숙박시설 관계자]
"갑자기 우르르 소리와 함께 땅이 꺼지는 소리가 들렸고. 저도 여기서 자고 있었는데, 경찰관 소방관들 오셔서 손님들 다 대피시키고."

호텔 터파기 공사현장으로 유입된 지하수를 퍼내자, 지하수가 채우고 있던 공간이 텅 비면서, 모래 지반이 무너진 게 원인으로 지목됐습니다.

땅꺼짐은 공사 시작 6개월 만인 지난해 12월부터 시작됐고, 이후 넉달 간 크고작은 땅꺼짐이 27건 발생했습니다.

[국토안전관리원 관계자]
"현장을 가서 조사했었대요. 초기 현장조사 보고서에 지하수 유출로 인한 사고로 추정된다."

땅꺼짐 사고가 났던 현장입니다.

안전 울타리 앞에는 이렇게 긴급공사를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 있는데요.

안쪽에선 굴착기가 흙을 나르며 지반을 보강하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주변 상인들은 편의점 붕괴가 남 일 같지 않습니다.

[오락실 사장]
"옛날에 다 여기가 바다를 막은 자리거든요. 이 앞까지 다 무너질까 싶어요. 그게 제일 염려되고."

[슈퍼마켓 사장]
"여기 뭔 일 나려고 그러나 불안하죠. 여기 앉아 있으면 쿵 하면서 이렇게 내려앉는 느낌이 확 와요."

주민들이 걱정하는 건, 주변 여러 곳에 대형 건설현장이 있다는 겁니다.

땅꺼짐 사고가 난 낙산지구에서 공사가 진행 중인 건설현장은 호텔을 포함해 모두 4곳.

건설 예정인 건물도 10개가 됩니다.

대부분 20층 이상이어서 모래 지반 깊이 터파기를 해야 합니다.

토목 전문가는 해안 지반의 특성에 주목합니다.

모래 위에 고층 건물을 세우려면, 공사장 뿐만 아니라 주변부까지도 지하 안전도를 평가해야 한다는 겁니다.

[김규한 / 가톨릭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
"지금 양양 전체가 어마어마한 건물들이 들어서잖아요. 터파기하는 주변만 관심을 둘 것이 아니라 해안가 주변은 침하 가능 구역이라는 전제하에 중점적인 관리가 필요합니다."

최근 5년간 전국 땅꺼짐 사고는 1176건.

지하 상태를 한 눈에 알 수 있도록 땅속 지도를 만들고, 지하수 분포에 대한 기초 조사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하지만 지하공간 통합지도의 완성 시점은 지난 2019년에서 올해 말로 미뤄졌고, 지하수 조사도 예산과 인력 문제로 90%만 진행됐습니다.

[환경부 토양지하수과 관계자]
"(조사가 끝나는 시점도 있을까요?) 언제까지라고 특정된 건 없거든요."

국토교통부는 양양 땅꺼짐 사고의 최종 조사결과를 모레 발표할 예정이지만, 근본 대책이 없으면 주민들의 발밑 불안은 가시지 않을 전망입니다.

다시간다 남영주입니다.

PD : 홍주형
AD : 나난현


남영주 기자 dragonball@ichannela.com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