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간다]잇따른 급발진 의심…줄줄이 ‘판정 불가’

  • 3년 전


'급발진 의심' 교통사고, 적지 않습니다.

그런데 국과수까지 가서 인정받는 경우는 드뭅니다.

두달 전, 인천에선 티볼리 차량이 저수지에 빠지며 운전자가 숨졌던 사고도 그랬습니다.

가해자가 있는 교통사고와 달리, 차량의 결함을 과학으로 입증해야 하는 급발진 사고.

충분히 분석하고 결론을 내리는 것이 맞는지, [다시 간다] 우현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티볼리 차량 내부의 사고당시 블랙박스 영상입니다.

시골길을 천천히 주행해 나가는데 갑자기 차에서 굉음이 나면서 급가속이 됩니다.

[현장음]
"뭐야? 어어!"

차량은 철제 울타리를 들이받고도 멈추지 않고, 그대로 저수지로 돌진합니다.

차량이 물에 잠겨 가는 순간, '문이 안열린다'는 운전자의 음성이 녹취됐습니다.

[현장음]
"아 이거 문이 왜 안 열려?"

결국 운전자인 70대 남성은 차량에서 빠져 나오지 못한 채 익사했습니다.

사고 당시 오전 10시 41분, 주변에서 목격자의 신고가 접수됩니다.

"차가 막 달리다 빠졌다"며,

"가라 앉으니 빨리 와 달라",

1분 뒤엔,

"차량 보조석이 잠깐 열린걸 봤다""문을 열자 더 빠져 들어간다"는 신고 내용이였습니다.

운전자는 차량 뒷좌석에서 숨진 채 발견됐는데, 수압때문에 앞쪽 문이 제대로 열리지 않자, 뒷자리로 이동해 탈출을 시도했지만, 끝내 실패한 걸로 추정됩니다.

사고 이후, 블랙박스 분석에선 급발진이 의심됐습니다.

[현장음]
"아니 갑자기 왜 그러지? 브레이크도 안 잡히고?"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했습니다.

국과수는 의뢰 한달반만인 이번달 중순, '판정 불가' 결론을 내렸습니다.

차량 침수로 부품이 손상됐고, 통신, 시동 등이 불가해 분석할 수 없었단 겁니다.

하지만, 차량 전문가는 분석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의문을 제기합니다.

국과수에 맡겨졌던 사고 차량의 엔진에 물이 그대로 차 있었기때문입니다.

[박병일 / 자동차 명장]
"만약에 시동 걸려고 마음먹었으면 엔진에 들어간 물을 빼야할 거 아닙니까? 물도 안뺐어. (조사할) 의지가 없었단 얘기 아닙니까? 제가 해보니까 엔진 살아있어."

국과수측은 취재진에게 설명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관계자]
"현재 수사 중이어서, 설명해 드릴 수 없는 상황이고요."

[현장음]
"차가 왜 이러나… 아이고… 아이고…"

지난 2016년 부산에서 산타페가 급가속 돼 일가족 4명이 숨진 사건에서도 국과수 답변은 '판정 불가'였습니다.

[부산 산타페 사고 유족]
"결과가 나왔을 때 아니나 다를까… 예상한 (판정 불가) 결과가 나온 거예요."

차량 파손이 심해 엔진 구동 검사 등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란 건데, 당시 대학 연구소 등이 실험해 보니, 시동이 걸리거나, 급발진 정황이 나타났단 소견이 나오기도 한 겁니다.

소송은 1심 재판이 5년 넘게 진행중입니다.

[부산 산타페 사고 유족]
"재판부가 3번 바뀐 게 제일 힘들었는데…아내, 아이들, 장모님이 섭섭하지 않게만 '(제조사) 조금 잘못 있네'라고만 판단나오면 (좋겠어요.)"

전문가들은 국과수가 사고기록장치 EDR 분석 장비 등을 보강하고 있지만, 여전히 역부족이란 입장입니다.

[이호근 /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
"일반적인 자동차 연구하는 대학 연구소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다소 아쉬움이 많이 남고…"

[최영석 / 한라대 스마트모빌리티공학과 교수]
"그 이상 되는 분석 장비들도 더 투입되어야 하는 상황인데 현재 인력, 예산 가지고 할 수 있는지…"

매년 1만건 넘는 교통사고가 국과수에 분석 의뢰 되지만, 담당 인력은 20명 정도에 불과합니다.

[박상혁 / 더불어민주당 의원]
"충분한 인력과 장비의 보강, 유관 연구원들과의 유기적인 협조체계를 더욱 공고히 해나가야…"

'다시 간다' 우현기입니다.

PD : 윤순용
AD : 권용석
작가 : 박정민


우현기 기자 wh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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