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보다]되치기당한 英 퍼주기…감세 카드 만지는 기시다
  • 작년


[앵커]
정치인들은 표를 의식할 수 밖에 없고 그래서 당장 인기 있는 정책을 펴고 싶은 유혹에 빠지기 쉽죠.

그러나 경제, 시장이 그렇게 생각대로만 움직이진 않습니다.

감세 정책 때문에 44일 만에 사퇴하는 영국 총리와 어쩔 수 없이 감세 정책을 꺼내드는 일본 총리를 차례로 보여드릴 텐데요.

저성장 시대를 타개할 해법이 돈풀기 뿐일까.

우리로서도 생각할 대목이 많습니다.

세계를 보다, 전혜정 기자입니다.

[기자]
파란색 바탕의 유럽연합 깃발이 EU를 탈퇴한 영국 런던 도심을 뒤덮었습니다.

[현장음]
"재가입하라! 재가입하라!"

극심한 인플레이션과 에너지난의 원인이 유럽연합 탈퇴, 즉 브렉시트 때문이라며

브렉시트를 버리고 유럽 연합에 재가입하라는 시위가 열린 겁니다.

44일 만에 물러난 트러스 총리의 퇴임과 동시에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오히려 더 커지고 있습니다.

[리즈 트러스 / 영국 총리]
"보수당에 약속한 공약을 수행하게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국왕에게 (총리직) 사임 의사를 밝혔습니다."

트러스 총리는 취임 직후 경제를 다시 일으키겠다며 50년 만의 최대 규모인 73조 원 감세안을 내놓았지만,

정작 실상을 뜯어보니 부자들에게만 감세 혜택이 집중됐다는 비판과 함께 파운드화 가치 폭락, 국채 금리 급등이라는 위기만 자초했습니다. 

[키어 스타머 / 영국 노동당 대표]
"판타지 같은 경제학으로 정책을 추진해 재앙으로 끝났습니다."

영국 집권당인 보수당은 최악의 경제지표를 기록한 트러스 감세안을 되물리고, 새 총리 선출 계획도 밝혔지만 민심은 싸늘합니다.

[크레이그 랜달 / 런던 시민]
"총리 선출은 그저 쓰레기의 순환일 뿐이에요. 지금 후보 중 누구도 총리에 적합하지 않고요."

영국에선 올들어 우유, 밀가루, 버터 등 빵이 주식인 영국인들이 가장 많이 소비하는 생필품들의 가격 상승폭이 컸습니다.

고물가, 고금리, 강달러 상황에서 세계가 긴축정책을 내놓는 시기에, 트러스 총리는 정반대로 돈 풀기를 하다 몰락을 자초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미 워싱턴포스트는 "포퓰리즘 정치가 얼마나 위험한지 교훈을 준다"고 쓴소리를 던졌습니다.

지지율 하락에 신음하는 일본 기시다 내각 역시 최근 감세 카드를 매만지고 있습니다.

[기시다 후미오 / 일본 총리]
"가계와 기업의 전기료 부담을 직접적으로 완화하는 전례 없는 과감한 대책을 취하겠습니다."

대표적인 게 전기와 가스 요금을 10% 인하하는 방안입니다.

아베 전 총리의 국장 추진 과정에서의 예산 낭비 지적과 자민당 의원들과 통일교 간의 유착 의혹 등으로 지지율이 20%대까지 추락한 기시다 내각의 민심 달래기 일환입니다.

하지만 일본 전기 가스요금이 전년 대비 20~30% 오른 데다가 10% 인하에 필요한 예산이 우리 돈 약 40조 원이나 돼 이를 어디서 마련할 지가 미지수입니다.

특히 31년 만에 3%를 넘은 물가 상승률, 사상 최대 무역적자, 150엔 대인 엔저 현상 등 '경제 3중고' 속에서 내각 지지율 견인을 위한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채널A 뉴스 전혜정입니다.

영상편집 최창규


전혜정 기자 hye@ichanne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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