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보도 뉴스프리즘] '부모의 부모가 되다' 과연 해결책 없나?

  • 2년 전
[탐사보도 뉴스프리즘] '부모의 부모가 되다' 과연 해결책 없나?

[오프닝: 이광빈 기자]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시민의 눈높이에서 질문하고, 한국 사회에 화두를 던지며, 더 나은 내일을 만들어 가는 시작합니다! 이번 주 이 주목한 이슈, 함께 보시죠.

[영상구성]

[이광빈 기자]

홀로 간병을 하다 결국 아버지를 굶겨 숨지게 한 22살 청년, 강도영씨. 강씨 사건은 우리 사회에 큰 숙제를 던져줬습니다. 청년돌봄자, 이른바 '영 케어러'들은 남들에게 뒤처지는 것 같다는 두려움 속에서도 아픈 가족을 먼저 살피고 있었습니다. 조한대 기자입니다.

["뒤처지는 거 같아 두려워"…가장이 된 청년들 / 조한대 기자]

존속살해 혐의로 기소돼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징역 4년형을 선고 받은 22살 강도영씨(가명)

강씨는 뇌졸중으로 쓰러진 아버지를 굶겨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하지만 도시가스와 휴대전화가 끊기고,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유통기한이 임박한 편의점 도시락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던 딱한 사연도 함께 드러났습니다.

재판부는 "피해자를 사망하도록 놔둬야겠다고 결심한 이후로도 피해자가 배고픔이나 목마름을 호소하면 물과 영양식을 호스에 주입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강씨가 포기와 연민의 심정이 공존하는 상태였던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습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청년돌봄자, '영 케어러'가 겪는 현실이 우리 사회의 문제로 대두됐습니다.

36살 전형민씨는 5년전 아버지가 공사장에서 떨어져 머리를 다치는 사고 이후 풀타임 직장을 그만둬야 했습니다.

병 간호 때문에 그 동안 비상근직을 전전하다가, 두 달전 목수 일을 시작했지만 걱정이 적지 않습니다.

"임신·출산·육아, 생애 주기에서 당연하게 여겨지는 그런데 사실 당연한 게 아닐 수 있지만, 그런 것도 포기하고 싶진 않은데 포기라기 보단 계획을 세우기가 어려운 거죠."

19살 이채림양은 올 3월 어머니가 뇌출혈로 쓰러지면서 제과제빵사의 꿈을 나중으로 미뤘습니다.

한 달에 200만원이 넘는 병원비를 가족이 모아둔 돈과 청각 장애를 가진 아버지의 월급으로 내기도 빠듯해, 학원비까지 마련할 여력이 없어섭니다.

"준비를 하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다른 주변 친구들은 대학도 가고 취업도 하는데, 저는 뒤처지는 것 같아서 좀 그게 힘들더라고요. 내가 언제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을지 미래도 막막하고…"

자신보다 가족을 먼저 돌보고 있는 이들은 정부의 지원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연합뉴스TV 조한대입니다.

[이광빈 기자]

강도영씨 사건을 계기로 '간병살인'에 대한 국가와 사회의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현실은 어떨까요? 청년돌봄자들에 대한 제대로 된 통계도 없고, 복지 서비스의 신청주의 원칙으로 사각지대에 놓인 청년들이 많았습니다. 허술한 사회안전망을 둘러싼 구조적 문제를 김장현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신청주의 한계 속 허술한 안전망…국가는 책임없나? / 김장현 기자]

간병살인의 비극으로 내몰린 22살 강도영씨

강씨와 같은 영케어러가 도움의 손길을 받을 수 있는 곳은 마땅치 않은 게 현실입니다.

일단 현행 노인장기요양제도가 대안으로 떠오르지만 이 역시 당사자가 신청해야만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모순만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아무리 소득이 적더라도 서류상 수급자 문턱을 넘지 못하면 지원 대상에서 배제되고, 사소한 규정 위반에도 부정 수급자라고 낙인찍는 신청주의 방식이 문제라는 것입니다.

"청년들이 사회에서 도움받을 수 있는 제도가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고 그런 부분이 비극을 초래하는 겁니다. (또) 어느 정도 사회의 도움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그 지원이 한계가 있기 때문에 결국 본인들이 굉장히 많은 부분을 감당해야 합니다."

복지전담 공무원이나 사회복지사 등이 발로 뛰어 사각지대를 찾으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강씨와 같은 영케어러의 비극은 되풀이될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아울러 간병살인이 한해 얼마나 발생하는지 통계조차 없는 현실은 문제를 더 키우고 있습니다.

실태 파악이 안되다 보니 이런 문제를 해결할 정책도 없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이제서야 실태 파악 필요성을 느끼고 조사에 나선다고 한 상황입니다.

"전반적인 영케어러 현황에 대해 통계를 구축하고 실태조사를 내년에 착수하겠습니다. 조사를 바탕으로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지원 방안을 검토하겠습니다."

아픈 가족의 돌봄 문제를 떠받치던 사회적 안전망이 가난과 가족 공동체 해체로 무너지고 있는 게 간병살인의 주원인이라는 분석입니다.

간병 문제는 개인이 아닌 국가와 사회가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고 말하는 이유입니다.

"경제적, 사회적 문제가 결국 저소득층 가족에게 부과되는 현상이기 때문에 간병 공동체를 해결하는 사회적 자본을 만드는 것이 필요합니다. 가지고 있는 유산 일부를 죽기 전에 기부해 공동 부양을 위해 활용해야 합니다."

간병문제는 더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닙니다. 질병의 고통과 경제적 부담 때문에 죽음의 존엄성을 잃게 되는 일이 없도록 튼튼한 사회적 안전망 구축이 시급한 시점입니다.

연합뉴스TV 김장현입니다.

[코너:이광빈 기자]

복지 전문가들은 강도영씨 부자가 받을 수 있었던 관련 복지로는 노인장기요양보험 서비스 외에도 긴급복지지원제도, 재난적 의료비, 장애인 연금 등이 있다고 설명합니다. 앞서 리포트에서 보셨듯이 이런 제도를 이용하지 못한 것은 '신청하지 않아서'입니다. 하루 밥벌이가 힘겨운 사람에게는 신청주의는 하나의 장벽입니다.

지자체가 신청을 못 하는 이들을 그냥 방치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단전·단수 등 위기 신호를 관계기관을 통해 전달받고 있지만, 이미 사달이 난 뒤일 수 있습니다. 강씨 부자 사례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청소년.청년 돌봄자에 대한 실태조사 한 번 제대로 실행한 적 없는 우리와 달리 먼저 초고령 사회로 들어선 선진국들은 어떻게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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