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풍향계] 누가 진정한 킹메이커? 이해찬 vs 김종인 '마지막 승부'

  • 3년 전
[대선풍향계] 누가 진정한 킹메이커? 이해찬 vs 김종인 '마지막 승부'

[앵커]

차기 대통령 선거가 6개월 남짓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최근 이른바 '킹메이커'로 불리는 두 정치 원로의 역할론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주인공은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와 김종인 국민의힘 전 비상대책위원장인데요.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두 사람의 진검승부가 대선판의 관전 포인트로 떠오르는 모습입니다.

대선 풍향계, 이승국 기자입니다.

[기자]

김종필 전 국무총리와 김윤환 전 의원.

고인이 된 두 사람 이름 앞에는 '킹메이커'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습니다.

김종필 전 총리는 김대중 전 대통령, 김윤환 전 의원은 노태우·김영삼 전 대통령 집권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정치적 산파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기 때문입니다.

6개월 남짓 앞으로 다가온 차기 대선, 여야의 킹메이커로 꼽히는 두 원로 정치인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먼저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최근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 씨의 경기관광공사 사장 내정을 둘러싼 민주당 경선 주자 간 갈등을 중재하며 존재감이 부각됐습니다.

자진 사퇴 요구를 일축하던 황교익 씨는 자신의 SNS를 통해 이해찬 전 대표의 전화를 받고 울컥했다고 밝혔습니다.

'정치인들을 대신해 원로인 내가 대신 위로 드리겠다, 너그럽게 마음 풀고 민주당의 정권 재창출을 위해 함께해달라'는 이 전 대표의 위로에 마음이 움직였다는 겁니다.

이 전 대표의 전화를 받은 다음 날 아침,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힌 황교익 씨는 이 전 대표의 위로에 감사의 뜻을 다시 한번 전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대선 경선 버스가 출발한 제1야당 국민의힘에서는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이름이 꾸준히 나오고 있습니다.

최근 이준석 대표와 대선주자 간 갈등이 이어지는 와중에 김 전 위원장의 '역할론'이 다시 거론된 겁니다.

"당에 어른이 없구나, 조정할 분이 없구나 하는 걸 제가 최근 최고위 회의에서 너무 많이 느껴서 어른을 모셔와서 좀 앉혀놓고 호통을 좀 듣더라도 그게 훨씬 낫겠구나."

비대위원장 시절 '무릎 사과'를 한지 꼭 1년 되는 날 다시 광주 5·18 민주묘역을 찾은 김 전 위원장은 몸담았던 곳에서 나오면 더 이상 관심을 두지 않으려 한다며 이른바 '역할론'에 선을 그었습니다.

그러면서도 정권 교체를 위해선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는데요.

"내년에 대선을 앞두고 당이 다른 데 신경을 쓸 그런 여유가 없어요. 지금 모두가 다 단합을 해서 내년 대선을 어떻게 승리로 이끌 것인가 하는 여기에 몰두할 수밖에 없고…"

'정치 9단'으로도 불리는 두 사람, 개인적인 인연도 특별합니다.

1988년 13대 총선에서 맞붙은 이후 30년 넘게 이런저런 인연이 이어졌는데, 사실 '악연'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좋은 관계는 아니었습니다.

야당인 평민당 후보로 나선 36살 정치 신인 이해찬 전 대표와 집권 여당의 재선 의원 48살 김종인 전 위원장이 격돌한 1988년 서울 관악을 국회의원 선거.

예상을 깨고 승자는 이해찬 전 대표였습니다.

두 사람이 다시 만난 건 5년 전인 2016년.

20대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를 이끌게 된 김 전 위원장은 이 전 대표를 공천에서 떨어뜨렸습니다.

이해찬 전 대표는 강하게 반발하며 탈당한 뒤 무소속 출마를 선언합니다.

"도덕성이나 경쟁력이나 의정활동에서 아무런 하자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정무적 판단이라는, 정략적 의도를 가지고 공천에서 배제됐기 때문에…."

"(이해찬 의원 공천 배제 이유는?) 그런 이유를 나한테 물어보지 말아요. 정무적 판단을 어떻게 내가 언론에 대고 얘기를 해요. 정무적 판단은 정무적 판단으로 끝나는 거지."

무소속으로 출마한 이 전 대표, 결국 당선돼 그해 9월 민주당에 복당했고 2년 뒤에는 당 대표로 선출됐습니다.

그 사이 김 전 위원장은 민주당의 경제민주화 의지에 실망을 느꼈다며 당을 떠났고, 21대 총선 직후 선거에 참패한 미래통합당 비대위원장을 맡았습니다.

돌고 돌아 집권 여당과 제1야당 대표 자격으로 마주하게 된 두 사람.

"4년 전에는 내가 이 자리에 앉아 있었어요. 이번에 찾아오게 되니까 기분이 상당히 좀 이상한데…"

일선에서 물러나 있는 이 전 대표와 김 전 위원장의 소환 가능성이 점쳐지는 건 차기 대선이 진보와 보수 양 진영간 총력전 양상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위기 때 이들의 존재 의의나 역할이 더 크게 나타난다고 봅니다. 그 지점에 두 사람의 활동 공간이 생길 것이고, 두 사람의 정치력이 필요한 순간이 올 것이다."

내년 3월 9일 치러지는 대통령 선거는 이해찬 전 대표와 김종인 전 위원장의 '마지막 승부'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박빙 양상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이는 차기 대선에서 두 정치 고수가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 또 결국 누가 웃게 될지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될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대선 풍향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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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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