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크 없는 ‘2차 가해’…조용하거나, 조롱하거나

  • 4년 전


■ 방송 : 채널A 뉴스 TOP10 (17:50~19:20)
■ 방송일 : 2020년 7월 16일 (목요일)
■ 진행 : 김종석 앵커
■ 출연 : 김태현 변호사, 이도운 문화일보 논설위원, 김경진 전 국회의원, 장예찬 시사평론가

[김종석 앵커]
조용하거나, 조롱하거나. 저희 뉴스 TOP10은 계속해서 피해자를 향한 2차 가해를 우려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치권 밖에서는 브레이크 없이 쏟아지는 부분이 있습니다. 고소인을 비난하는 몇몇 방송 진행자들이 있습니다. 한 팟캐스트에서 프리랜서 아나운서인 박지희 씨가 “왜 그 당시에 신고 못했나 묻고 싶다”라고 해서, 어제부터 오늘까지 가장 논란 중 하나거든요.

[김태현 변호사]
“4년 동안 대체 뭐하다 이제 와서 세상에 나서게 된 건지”, “비밀 대화방 캡처? 그냥 ‘시장님’이라고 저장하고 초대하면 그렇게 보일 수도” 저건 증거를 조작했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왜 그 당시에 신고 못했나 묻고 싶다”, 글쎄요. 피해자 입장이 되어보면, 상식적으로 일개 여비서와 시장입니다. 그냥 시장도 아니고 서울특별시장에 유력 정치인이에요. 그 시장에게 성추행을 당했을 때 당하자마자 그냥 신고하는 게 쉬운 게 아닐 겁니다. 왜냐하면 본인의 일자리도 걸려있고 만약 했다가 신상 털기나 온갖 역공을 당할 수 있을 텐데. 어린 여자 혼자 이걸 감당하는 게 쉬운 건 아니거든요. 그러니까 4년 동안 못하고 주저한 것 아니겠습니까. 이 여자분이 4년 동안 그냥 가만히 있었던 것도 아니잖아요. 피해자의 상황을 정확히 알지 못하는 외부에 있는 박지희 프리랜서 아나운서라는 사람이 왜 그 당시에 못했느냐고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거죠.

[김종석]
이 이슈가 얼마나 파급력이 컸냐면 고소인 측의 변호 대리인까지 “(위안부) 할머니께도 ‘왜 이제야’라고 물으실 건가”라고 했습니다. 야당의 조수진 의원은 “그럼 서지현 검사는 8년 간 뭐하다 성추행 폭로했나?”라고 이렇게 맹공. 십자 포화를 당했어요.

[장예찬 시사평론가]
사실 당연히 이런 반박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성범죄를 용기 있게 고발하게 되면 피해자에게 가장 많이 행해지는 프레임이 그동안은 뭐했느냐, 왜 당했을 때 바로 거부하거나 신고하지 않았느냐입니다. 그런데 일반적인 성범죄 같은 경우도 피해 여성이 즉각적으로 자신의 피해 사실을 호소하기 어려운 사회적 분위기가 있는 게 엄연한 사실이고요. 특히 이번처럼 위력에 의한 성범죄, 성추행이나 성폭행 같은 경우에는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이 어마어마한 권력을 지녔고. 그에 반해서 피해를 주장하는 여성은 신분이 상당히 불안정한 상태라면 당연히 고발하기 어려운 겁니다.

[김종석]
그러다보니 덩달아 이동형 작가가 했던 이야기, 비슷한 이야기인가요. 박 시장은 이렇게 극단적인 선택을 해서 세상을 등졌는데 숨어서 뭐하냐. 이런 발언을 본인 유튜브에 공개해서 논란이거든요

[이도운 문화일보 논설위원]
숨어서 뭐하냐, 신상 드러내야. 이런 이야기를 했는데요. 뭐 하려고 신상을 드러내라고 하는 거죠? 지금 신상이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서도 정말 견딜 수 없을 정도의 2차 가해가 일어나고 있는데요. 만약 신상이 드러나면 피해자에게 어떤 문제들이 닥칠지 상상만 해도 끔찍할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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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텍스트는 실제 토크 내용의 일부분입니다. 전체 토크 내용은 동영상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정리=호현지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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