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실업의 그늘]벼랑 끝 임시직…배곯을까 걱정
  • 4년 전


코로나19로 인한 실업 충격은 우리 사회에서 가장 약한 부분인 비정규 임시직의 삶부터 흔들어놨습니다.

최소한의 안전망도 없는 이들은 당장 끼니를 걱정할 판입니다.

'코로나 실업의 그늘' 연속 기획 첫 순서, 김철웅, 김재혁 기자가 차례로 보도합니다.

[리포트]
차 뒷좌석엔 아직도 축구공이 실려 있습니다.

지금은 영업직이지만, 바로 직전까지 방과후 강사였습니다.

아내도 강사 일을 했지만, 코로나 때문에 4월까지 둘이 번 돈이 0원입니다.

[이모 씨 / 전직 방과후 강사]
"코로나 때문에 수업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고. 소득이 아예 없었죠.아예 0원이었어요. 기본적으로 나가는 고정비용이 있잖아요. 정말 힘들었죠."

먹고 살려면 다른 길을 택해야 했습니다.

[이모 씨 / 전직 방과후 강사]
"시간이 지날수록 가진 돈은 없죠. 아프다거나 사고가 있으면 신용불량자가 되는 수밖에 없죠. 제주도 돌아다니면서 영업직을 시작하게 됐죠. (아내는) 공부방 하고 있고요."

방과 후 수업에서 미술 공예를 가르치던 김모 씨.

가족 4명 생계를 책임지던 수입이 하루아침에 뚝 끊겼습니다.

[김모 씨 / 방과 후 강사]
"정말 쌀이 얼마나 남았나 걱정하게 되고, 아파서 병원 가야 되는데 병원비가 되려나 이런 걱정도 됐어요."

물류센터 아르바이트이나 방역 같은 단기 일자리로 버티고 있습니다.

실제로 교육서비스업은 코로나 충격이 가장 심각한 업종입니다.

임시직만 놓고 보면, 전 업종 통틀어 고용률 감소폭이 가장 컸습니다.

3월부터 석달 간 교육업 임시직 10만 명이 일자리를 잃었습니다.

[김철웅 기자]
"일부 제한된 수업만 이뤄지고 있는 학교가 언제 정상화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방과 후 강사들은 예전처럼 아이들과 수업할 수 있기를 기다립니다.

하지만 돌아갈 날을 기대하기 더 어려운 사람들도 있습니다."

[김재혁 기자]
"교문 밖 상황은 더 힘듭니다. 예체능을 비롯한 프리랜서 교육업 종사자들은 그야말로 맨몸으로 지금 위기상황을 견디고 있습니다.

당장 소득이 모두 사라졌는데 언제쯤 회복될지 기약이 없습니다."

서정우 씨는 20년 넘게 리코더와 피아노 방문 수업을 해왔습니다.

코로나19로 수입은 거의 없습니다.

[서정우 / 프리랜서 강사]
"주변 사람들한테 '나 이번 달에 15만 원 벌었다'고 했어요. 왜냐면 아이들이 빠지기도 하고 저희는 횟수제로 (돈을) 받는 거기 때문에."

직장인들이 받는 실업급여도 없습니다.

방과후 강사나 택배기사 등 특수고용직이나 프리랜서 노동자들은 고용보험에서 빠져 있기 때문입니다.

올해 고용보험 가입률은 전체 취업자의 절반 수준입니다.

[서정우 / 프리랜서 강사]
"피 주머니 차고 수업 간 적이 있고. 아프면 일당이 없어지는 거잖아요. 보험이나 고용보험이나 제도적인 뒷받침 되는 부분이 없기 때문에."

이런 사각지대까지 고용보험을 확대하자는 취지에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만, 넘어야 할 산은 많습니다.

우선 보험료에 부담을 느껴 가입을 하지 않는 자영업자나 프리랜서에게 정부 지원을 해야 하는지 의견이 엇갈립니다.

고용보험에 포함한다 해도 완전 실업 상태가 돼야만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는 현행 제도를 손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정세은 /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
"기존 고용보험 시스템을 그대로 유지하고 그냥 들어오라고 하면 여전히 못 들어올 사람이 많아요. 0에 가까울 정도로 소득이 사라졌을 때 국가가 실업급여를 주는 것으로 하자."

프리랜서지만 실상은 여러 사업체에 종속돼 일하는 현실이 반영돼야 할 걸로 보입니다.

채널A 뉴스 김재혁입니다.

김철웅 기자 woong@donga.com
김재혁 기자 winkj@donga.com

영상취재 : 정기섭 윤재영 추진엽 김한익
영상편집 : 이태희 김문영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