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깊은뉴스]금수저 편법 채용 ‘그들만의 은행’

  • 6년 전


대형 시중은행들이 청탁을 받은 어느어느 집 자제를 선발하기 위해 면접 점수까지 조작한 사실이 최근 드러났었지요.

이들을 뽑아주느라 억울하게 탈락한 청년 지원자들은 아직도 속앓이만 하고 있습니다.

김유림 기자가 '더깊은 뉴스'로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평등한 기회 / 공정한 과정 / 정의로운 결과"

[취준생]
"정유라가 그런 말을 했잖아요. 능력이 없으면 부모를 탓해라."

[임모 씨 / 하나은행 최종면접 탈락자]
"엄마·아빠가 은행 VIP가 아니라 미안하다 그렇게 말씀하시는 거예요.

[전 은행권 인사 담당자]
"관행대로 해온 거죠. 특히나 서울대는 정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학교 중 하나인데."

[은행 채용 비리, 그 불편한 진실]

[김유림 기자]
"건송합니다, 라는 말 들어보셨나요? 건국대여서 죄송합니다의 줄임말입니다.

시중 은행이 이른바 SKY 출신 지원자를 뽑기 위해 건국대 등 일부 대학 출신 지원자의 면접 점수를 조작한 사실이 드러났는데요.

이런 노골적이고 대대적인 채용 비리에 청년들은 좌절하고 있습니다."

[건국대 학생]
"학벌 때문에 떨어졌을 거라고 생각도 못했죠. 재수를 해야하나. 3수를 해야하나."

소위 '힘있는 기관'들이 청탁한 지원자들을 '금수저 리스트'로 관리한 우리 은행.

이 리스트에 들어간 지원자 김모 씨는 의사 전달이 명확하지 않다는 이유로 면접에서 낙제점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최종 합격자 명단에는 버젓이 포함됐습니다.

[ 구자현 / 서울북부지검 부장검사]
"청탁 명부 관리를 통해 은밀하게 금수저 전형을 진행했습니다."

KB 금융 지주의 수장인 윤종규 회장.

윤 회장 누나의 손녀인 A씨는 국민은행 공채 서류 심사에서 최하위권 성적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정작 면접에서는 최고 점수를 받아 합격했습니다.

채용 비리 사실이 드러났지만, A씨는 여전히 일하고 있습니다.

[국민은행 관계자]
"네 맞아요. 근무하고 있어요. 아직은 이게, 확정된 부분이 아니잖아요."

금감원이 감사에 나서고, 검찰은 수사에 착수했지만, 하나같이 말을 아끼고 있습니다.

[KB국민은행]
"청년들에게 채용 관련해서 심려끼친 건 송구스럽게 생각하고 있죠."

[우리은행]
"연관돼 있던 임원들은 작년에 퇴직했거나 올해 추가로 기소된 분들은 전부 다 발령 다 나셨고."

[하나은행]
"채용비리 자체가 없었다는 입장은 변화가 없고요."

청탁자 명단을 직접 챙긴 사실이 드러나 사표를 낸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

집으로 찾아갔지만, 이 전 행장을 만날 수 없었습니다.

[이광구 / 전 우리은행장]
"(행장님이 우리은행 몸 담으시면서 책임져야 하는 자리에 계신데) 그거하고 법리적인 차원하고 다를 수도 있고 하니까."

[김모 씨 / 우리은행 최종면접 탈락자]
"(이거 하나 쓰는데 얼마나 걸렸어요?) 하나 쓰는 데 거의 1주일 이상."

지난해 우리은행 등 금융기관 3곳에서 최종 면접까지 갔다가 떨어진 김모 씨.

지방대 출신이라 더 노력했는데, 속속 불거지는 채용 비리에 허탈감만 커졌습니다.

[김모 씨 / 우리은행 최종면접 탈락자]
명단이 몇 명 있었다. 다른 은행도 있었다. 2017년에도 포함된다고 하니까 그때 진짜 팡 한대 얻어맞은 느낌...

올해도 은행 공채에 도전하겠다고 다짐했지만, 우려를 떨쳐낼 수 없습니다.

[김모 씨 / 우리은행 최종면접 탈락자]
'우리는 왜 이런 세상에 살고 있나, 왜 이런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나'하는 그런 자괴감, 허탈함이 들어요.

은행 인사팀에서 15년 간 일했던 취업 전문가는 이번 비리가 '빙산의 일각'이라고 말합니다.

[석의현 / 전 시중 은행 인사담당자]
"솔직히 '올 게 왔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지점장이나 본부장이 (채용) 요청하면 무시할 수 없거든요. 영업 현장을 무시할 수 없으니까."

문제가 된 은행들은 '관행이다, 내부 기준이다'는 변명만 반복하고 있습니다.

[전지예 / 금융정의연대 간사]
"채용 비리에 대한 법이나 처벌 규정, 피해자를 구제하는 방안이나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으니까 비리 은행 같은 경우 처벌을 해야 하잖아요. 잘못한 건데, 범죄를 저질렀는데."

'최소한의 공정함만이라도 보장해 달라'는 청년 취업자들의 절규에 검찰과 금감원이 응답해야할 시점입니다.

채널 A 뉴스 김유림입니다.

rim@donga.com

연출 김남준
글구성 전다정 김대원
그래픽 김승훈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