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간다]방음터널 화재 1년…지붕 교체 66곳 중 7곳

  • 6개월 전


[앵커]
약 1년 전, 제2경인고속도로 방음터널에서 불이 나 5명이 숨졌습니다.

당시 플라스틱 소재 방음벽이 화재를 키운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정부가 이 방음재를 전부 교체하겠다고 했는데, 과연 바뀌었을까요.

다시간다, 김지윤 기자입니다.

[기자]
방음 터널 위로 시뻘건 화염이 치솟고, 터널 천장에서는 녹아내린 플라스틱 불똥이 비처럼 흐릅니다.

지난해 12월, 화물차에서 시작된 불이 벽과 천장을 타고 순식간에 번져 5명이 숨지고 56명이 다쳤습니다.

현장을 다시 가봤습니다.

도로 위로 차들이 쌩쌩 달립니다.

지난 4월 통행이 재개됐지만 드러난 철골 뼈대가 화재 흔적을 보여줍니다.

당시 화재로 방음 터널 840미터 중 600미터 구간이 불에 탔는데요.

철거됐던 방음벽과 철골은 여전히 복구되지 않은 채 이렇게 뻥 뚫려있습니다.

피해를 키운 건, 터널 지붕과 벽면을 구성하고 있던 PMMA라는 가연성 플라스틱 판이었습니다.

280도면 불이 옮겨붙는데, 터널 화재 온도인 500~4700도보다 낮아 불쏘시개 역할을 했습니다.

같은 소재로 지어진 방음 터널은 전국에 66곳.

정부는 늦어도 내년 2월까지 전면 교체를 약속했지만, 현재 교체가 완료된 건 단 7곳뿐입니다.

예산확보를 못 했기 때문입니다.

방음 터널을 지나는 시민들은 불안한 마음을 감추기 어렵습니다.

[김인호 / 경기 용인시]
"언제든지 사고가 자주 일어날 것 같은 두려움이 있어요. 저게 아크릴이잖아요. 그러니까 (불나면) 유독가스가 심하죠. 그래서 가능하면 이쪽으로 운전을 안 하려고 해요."

지난달 참사 책임이 있는 5명에 대한 1심 재판이 열렸지만 1명 금고형을 빼곤 모두 실형을 면했습니다.

참사 당시 아내와 딸을 떠나보낸 김석종 씨.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며 분통을 터뜨립니다.

[김석종 / 방음터널 화재 유족]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지 그때. 생각도 안 나 아무것도. 제대로 대처를 못 하고 그런 사람들 그렇게 집행유예로 풀려나니. 엄한 벌을 내려야지."

제2의 참사를 막겠다고 호언장담했지만 시민들은 달라진 것 없이 불쏘시개 소재로 둘러싸인 방음 터널을 매일같이 불안에 떨며 지나고 있습니다.

다시 간다 김지윤입니다.

영상취재 : 김래범
PD : 윤순용
AD : 김승규
작가 : 김예솔


김지윤 기자 bond@ichanne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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