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탐욕 탓인가'…먹거리 물가 고공행진 언제까지 [탐사보도 뉴스프리즘]

  • 11개월 전
'기업 탐욕 탓인가'…먹거리 물가 고공행진 언제까지 [탐사보도 뉴스프리즘]

[오프닝: 이광빈 기자]

우리 사회의 문제점들을 진단하고, 지속가능한 사회를 모색하는 뉴스프리즘 시작합니다. 이번주 뉴스프리즘이 풀어갈 이슈, 함께 보시겠습니다.

[영상구성]

[이광빈 기자]

지난해 국제 밀 가격이 올랐다며 크게 상승한 라면 가격은 밀 가격 하락에도 내려갈 줄을 모릅니다. 이에 '라면플레이션' 논쟁까지 붙었는데요. 지난해 가팔랐던 소비자 물가 상승 곡선은 최근 완만한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지만, 소비자들이 느끼기에는 그렇지 않습니다.

먹거리 물가가 여전히 불안하기 때문인데요. 기업의 탐욕도 물가 불안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힙니다. 먼저 먹는 데 돈 쓰기 두려운 지금의 상황, 나경렬 기자가 살펴보겠습니다.

['라면으로 때우자'도 옛말…뛴 가격에 서민들 한숨 / 나경렬 기자]

[기자]

끝없이 치솟는 물가.

주머니 사정 좋지 않은 대학생들은 먹는 데 쓰는 돈부터 줄이고 있습니다.

"밥을 먹기 위해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건데 아르바이트를 하느라 끼니를 거른 적도 많고 경제적 여유가 안 되니까 편의점에서…"

싸고 간편하게 한끼 해결할 수 있는 음식, 바로 이 라면입니다.

그런데 라면값이 큰 폭으로 오르면서 '라면으로 한끼 때우자'라는 말도 이젠 옛말이 됐습니다.

"돈을 아낄 수 있는 것이 식비를 절약하는 게 아닌가 싶어서 아무래도 요즘 라면에 김밥만 사먹어도 만원 가까이 되는 시대다 보니까…"

라면업계는 지난해 하반기 출고가를 평균 10% 안팎으로 올렸습니다.

이에 따라 지난달 라면 소비자물가지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4년 3개월 만에 최대폭으로 올랐습니다.

장바구니에 라면 하나 넣는 느낌이 예전과는 확연히 다릅니다.

들었다 놨다, 라면 하나 사기가 이렇게 부담됐던 때도 없었습니다.

"좋아하는데 너무 비싸서 그렇다고 안 먹을 수도 없고…즐겁게 먹는 라면인데, 라면까지 덩달아 오르니까 너무 비싸서 망설여져요."

분식점을 하는 자영업자들도 부담이긴 마찬가지입니다.

이미 전기요금, 조미료나 채소, 밀가루 같은 다른 재료비도 다 올랐는데, 여기다 라면값까지 인상되면서 고민이 깊어진 겁니다.

"500원 올라도 손님 뚝 떨어져요. 그런데 무려 천원을 안 올리면 저희가 운영이 안 되다 보니까. 기존에 왔던 손님이 없어졌어요."

먹거리값 고공행진은 비단 라면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최근 5년새 라면의 단짝 김밥의 서울지역 평균가격은 무려 46%나 뛰었고 칼국수와 김치찌개 역시 30% 넘는 상승률을 기록했습니다.

이미 만원 한 장으론 라면, 김밥, 칼국수 외에 먹을 수 있는 게 없다는 말이 나오고 너무 뛴 밥값에 식당 대신 편의점 도시락을 찾는 이른바 '편도족'이 늘고 있는 상황,

먹거리값의 끝없는 상승에 서민들 한숨이 더욱 깊어지고 있습니다.

연합뉴스TV 나경렬입니다.

[이광빈 기자]

원자재 가격이 떨어졌는데도 최종 상품 가격은 그대로인 현상.

비단 라면만의 문제는 아닌데요. 기업의 탐욕이 물가상승을 부추기는 '그리드플레이션', 김주영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기업 탐욕이 고물가 원인?…그리드플레이션 논란 / 김주영 기자]

[기자]

지난해 원자재 가격 폭등에 원달러 환율까지 뛰자 라면업체들은 원가 압박을 견디기 어렵다며 줄줄이 라면값을 올렸습니다.

그리고 올해 1분기, 라면업체들은 실적 잔치를 벌였습니다. 특히 농심의 경우 영업이익이 85.8%나 뛰었습니다.

그런데 올해 원자재값 상황이 좀 달라졌습니다.

가격이 가장 크게 올랐던 지난해 5월에 비하면 같은 달인 지난 5월 국제 밀 가격은 45.6%로 절반 가까이 내렸습니다.

면을 튀기는 기름을 만드는 데 필요한 대두와 옥수수 가격도 일제히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서민 대표식품이자 국민식품인 라면 가격은 그대로인 상황.

원재료값이 오를 때는 제품 가격을 앞다퉈 올리지만 하락할 때는 내리지 않은 채 이익 증가를 누리는 것을 두고, 국내는 물론, 각국에서 기업의 탐욕이 전반적인 물가 상승을 부추기는 '그리드 플레이션'이란 지적이 나옵니다.

결국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는 한 방송에 출연해 국제 밀 가격 하락을 언급하며 "정부가 가격을 통제할 수는 없다"면서도 "기업들이 밀 가격이 내린 부분에 맞춰 적정하게 내렸으면 좋겠다"고 인하를 권고하고 나섰습니다.

하지만 이런 문제는 라면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빵,과자 등 다른 가공식품은 물론, 최근엔 시멘트 가격 인상을 둘러싼 시멘트 회사와 레미콘 회사간 분쟁으로까지 번졌습니다.

문제는 원가 압박과 이로 인한 가격 인상은 있을 수 있는데, 인상이 진짜 불가피한지, 인상폭이 적절한지, 소비자들은 알 길이 없다는 겁니다.

"몇 개의 기업이 자기네들이 가격 경쟁을 안하고 서로 짜지는 않았지만 담합한 듯이 올리게 되면 소비자는 그게(가격 인상이) 적정한지 판단할 수가 없습니다."

기업들은 원가 부담이 여전한데 가격을 내리기 쉽지 않다는 입장입니다.

"원부자재만 있는 것도 아니고 인건비도 있고 그런 판관비들이 올랐기 때문에 원가 자체가 오른 거잖아요. 마치 밀 가격(하락)만 두고 (원가 하락으로 직결된다고) 비춰질까봐 좀 걱정스럽긴 하네요."

또 국제 밀 가격이 국내 밀가루 가격에 반영되려면 6~9개월은 걸린다고도 말합니다.

"올해 들어 라면업계는 배당을 크게 늘렸습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주주환원을 명분으로 경영승계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연합뉴스TV 김주영입니다."

[코너 : 이광빈 기자]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7월에만 해도 전년 동기대비 6.3%로 정점을 찍었습니다. 올해 들어 지난 5월에는 3.3%로 떨어졌고 6∼7월에는 2%대까지 내려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데요. 그런데 체감하는 물가는 다르게 느끼는 소비자들이 많을 겁니다. 먹거리와 의류 물가 상승률이 다른 부분보다 더 높기 때문입니다.

의류와 신발의 경우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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