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은 원하는데, 인격권도 감안…신상공개 딜레마 [탐사보도 뉴스프리즘]

  • 11개월 전
여론은 원하는데, 인격권도 감안…신상공개 딜레마 [탐사보도 뉴스프리즘]

[오프닝: 이광빈 기자]

우리 사회의 문제점들을 진단하고, 지속가능한 사회를 모색하는 뉴스프리즘 시작합니다. 이번주 뉴스프리즘이 풀어갈 이슈, 함께 보시겠습니다.

[영상구성]

[이광빈 기자]

얼굴을 꽁꽁 싸맨 살인 피의자 정유정과 '부산 돌려차기 사건'으로 강력범죄 피의자에 대한 신상 공개 논란이 뜨겁게 벌어지고 있습니다. 피의자 신상 공개는 2010년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이 개정되면서 법적 뒷받침이 되기 시작했는데요.

당시 연쇄살인사건 등 강력범죄가 잇따르면서 신상 공개를 요구하는 국민적 여론이 끓어오르자 관련 법 개정이 이뤄졌습니다.

강력 범죄자 신상 공개 문제는, 피의자의 인격권과 공익적 가치 간의 충돌로 딜레마를 안아왔습니다. 그리고 공개된 사진과 실제 외모 간 차이 등으로 인한 실효성 논란도 벌어져왔는데요. 먼저 고휘훈 기자가 최근 논란을 짚어봤습니다.

[범죄자 신상정보 공개 논란…범죄예방 역할 하고 있나 / 고휘훈 기자]

[기자]

올해 23살 여성인 정유정.

지난달 26일, 부산에서 일면식도 없는 또래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한 뒤 풀숲에 유기한 혐의를 받는 피의자입니다.

정유정의 신상정보는 범행 닷새 만에 공개됐습니다.

두 달여 전에 있었던 서울 강남 납치·살해 사건 이경우 등 다섯 명.

그리고 작년 12월, 택시 기사와 동거녀를 살해한 이기영.

같은 해 서울 신당역 스토킹 살해 사건 전주환까지, 대부분 살인 혐의자며 이들의 신상 공개는 최근 적극적이고 신속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각 시도 경찰청별로 신상공개에 대한 사례가 많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공개되는 경우와 비공개되는 경우에 대한 결과(를 놓고)는 시민들의 반응에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살인미수 등 다른 강력범죄에도 범죄자의 신상공개가 적극적으로 활용되야 한다는 의견이 최근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제기되고 있습니다.

형평성 논란으로까지 번지는 가운데, 최근 주목받는 사건이 하나가 있습니다. 바로 지난해 있었던 일명 '부산 돌려차기' 사건입니다.

범행의 잔인성이 고스란히 담긴 이 영상에 많은 사람이 분노를 표출하며 피의자의 신상을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피해자 역시 공개를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경찰, 그리고 검찰 수사 단계에서도 피의자의 신상은 공개되지 않았고, 급기야 최근 한 유튜브 채널에서 직접 그 신상을 공개하기에 이릅니다.

"바로 제가 (가해자의) 신상정보를 공개함으로서 피해자가 평생 동안 느낄 수 있는 고통과 두려움에 분담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결론을 내게 됐습니다."

한쪽에선 사적 제재 혹은 사적인 보복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됩니다.

돌려차기 사건의 피해자는 언론의 주목을 받아야만 피의자의 신상이 공개되는 상황이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범죄 예방적 기능을 위해 신상공개가 살인 이외 범죄로도 더 확대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지금의 살인죄 같은 경우 전혀 그런 게(범죄예방 효과) 없잖아요. 사실 무기징역이나 사형으로 가기 때문에(공개해도 실효가 적고)…어떠한 기능을 가지고 있는 신상공개 제도가 지금 현시점은 아니기 때문이란 말이죠."

연합뉴스TV 고휘훈입니다.

[이광빈 기자]

신상공개 제도의 실효성 논란은 하루이틀 있었던 게 아닙니다.

사진이 실제와 너무 달라 소용이 없다, 신상공개가 가능한 범죄가 적다는 등의 지적은 계속돼 왔는데요. 이에 따라 관련 법안들도 속속 발의된 상태입니다. 국회에 어떤 개정안들이 올라와 있는지, 이다현 기자가 살펴봤습니다.

[국회엔 개정안 수두룩…"신상공개 실효성 높이자" / 이다현 기자]

[기자]

21대 국회엔 현재 17건의 '특정강력범죄 처벌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습니다.

이 가운데 다수가 신상공개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겠다는 내용입니다.

특히 국민의 알 권리를 제대로 보장하기 위해 가해자를 더 잘 알아볼 수 있도록 하자는 내용이 많습니다.

한 달 이내 또는 수사 과정에서 촬영한 사진이나 영상, 즉 가능한 한 최근 모습을 공개하자는 겁니다.

지나치게 보정된 사진이나 오래전 사진은 크게 도움되지 않는다는 지적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실제에 가까운 모습을 공개해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자는 법안들뿐만 아니라, 신상공개 대상 범죄를 더 늘리자는 취지의 법안들도 나와 있습니다."

아동학대살인죄나 장애인학대 관련 범죄도 특정강력범죄에 포함시켜 가해자에 대한 신상공개가 가능하게 하자는 법안들이 대표적입니다.

해당 범죄들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을 높이고, 학대를 근절하자는 게 법안을 낸 이유입니다.

또 음주운전을 상습적으로 했거나 음주운전으로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에도 신상공개를 할 수 있도록 하자는 법안도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음주치사죄를 신상공개 대상에 포함시킨다는 것은 음주치사죄를 살인에 준하는 중대 범죄로 다룬다는 그런 새로운 의미가 있습니다."

이 밖에도 얼굴 공개 방법이나 신상공개위원회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등 법 개정을 통해 신상공개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려는 시도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국민의 알 권리가 보장되도록 하는 것이 국제적 규범에 맞다고 생각됩니다. 다만 혹시 있을 수 있는 무죄추정 오류에 대한 비난 가능성 때문에 법안 심사가 지지부진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개정안 발의가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지도록 국회 차원의 노력이 필요해 보입니다.

연합뉴스TV 이다현입니다.

[코너 : 이광빈 기자]

피의자 신상 공개 문제는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해외 주요국들도 민감한 문제입니다. 해외 주요국들에선 대체로 일정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놓지는 않는 상황입니다.

미국에서도 뚜렷한 공통된 규정은 없습니다. 피의자를 촬영한 일명 '머그샷'에 대해 정보공개 청구를 할 경우, 공개 여부에 놓고 각 연방항소법원 간에 입장이 달랐습니다. 연방항소법원의 판결에 따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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