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간다]목숨 걸린 어선 SOS 장치…툭하면 ‘먹통’

  • 작년


[앵커] 
잇따라 터지는 어선 전복 사고에서, 돌이켜보면 작은 어선엔 긴급 상황에서 구조 신호 보낼 수 있는 '브이패스'의 역할이 참 중요합니다. 

잘 쓰면 정말 좋을텐데 툭하면 먹통이라 제 역할을 못해 문제입니다. 

다시간다, 이솔 기자입니다.

[기자]
깜깜한 바다 한가운데 선박이 뒤집어져 있습니다.

2018년 2월 전남 완도군 청산도 인근 해상에서 발견된 7톤급 통발어선, 근룡호입니다.

5년 전 근룡호가 인양됐던 부두입니다.

당시 선원 7명 가운데 2명의 시신을 수습했지만, 5명은 끝내 되돌아오지 못했습니다.

당시 거센 풍랑에 구조 신호도 못 보내고 순식간에 뒤집힌 겁니다.

[근룡호 수색 지원 선장]
"그날도 샛바람이었거든요. 동풍. 동풍이면 파도가 좀 많이 커요."

근룡호는 선박자동식별장치(AIS)가 꺼지고 3시간 뒤, 지나던 선박에 의해 첫 신고가 이뤄졌습니다.

모든 어선은 크기에 따라 위치추적 장치를 1개 이상 반드시 설치해야 합니다.
 
특히 배가 크게 기울어지거나 버튼 하나만 눌러도 바로 구조신호와 위치정보가 보내지는 브이패스는 작은 배일수록 필수 장치입니다.

하지만, 사고 당시 근룡호는 어떤 구조 신호도 보내지 못했고 브이패스는 아예 2년 전부터 고장 나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브이패스는 2011년부터 정부가 280억 원을 들여 보급한 결과, 전국 어선의 90.5%, 5만 5천여 척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 브이패스 잘 쓰이고 있을까.

어민들은 툭하면 먹통이고

[김형우 / 어선 선장]
"조업 알리미라고 있어요. 여기에 어선 위치 조회가 되거든요. 저는 상태도라는 데를 자주 가는데 여기 중간 같은 데를 가면 표출이 안 되더라고."

통신 오류도 잦다고 말합니다.

[어선 선장]
"우리 것은 되는데 해경에서는 잡지를 못하고. 또 해경에서는 잡는데 우리 것이 안 되는 경우도 있고. 송수신이 원활하지 못해."

어선법상 위치발신장치는 고장 나면 15일 이내 고쳐야 하지만 이마저 쉽지 않습니다.

[어선 선장]
"배는 이렇게 많이 포화한 상태인데 (수리) 업체들이 불과 얼마 안 되잖아요. 그러니까 늦어. 수리업체들이 또 없어져 버리고."

멀쩡한 장치도 낚시 포인트 등 어장 노출을 꺼려 일부러 꺼두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선 선장]
"어선들이 이제 저걸 보면 무슨 배가 어디 간 줄 알거든. 현장에 가서 꺼버리는 사람들이 있어. 작업 현장이 노출되니까."

모두 다 단속 대상이지만 동시에 수천 척을 관리하는 해경은 엄두도 못 냅니다.

[해경 파출소 관계자]
"처벌 규정이 있기는 한데, 브이패스로 출입항 하는 배들이 엄청 많기 때문에 저희가 타깃으로 삼아서 하지 않는 한 알 수가 없어요."
 
툭하면 고장 나고, 수리는 오래 걸리고, 영업비밀이라 꺼놓고, 단속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브이패스.

어민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습니다.

다시간다 이솔입니다.

PD : 홍주형
작가 : 이태희


이솔 기자 2sol@ichanne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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