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간다]판교 환기구 참사 8년…거리의 발밑이 불안하다

  • 2년 전


[앵커]
8년 전 판교에서 야외 공연을 하던 중에 환기구가 무너지면서, 시민 16명이 목숨을 잃는 참사가 있었습니다.

사고 이후 안전 규정이 강화됐는데, 현장은 정말 안전해졌는지 다시 간다 남영주 기자가 점검했습니다.

남영주 기자가 다시 가봤습니다.

[리포트]
가수 공연이 열리는 무대 앞쪽.

무대가 잘 보이는 환기구 덮개 위에 시민 수십 명이 올라가 있습니다.

잠시 뒤 환기구 덮개가 무게를 못 겨디고 무너졌고, 건물 4층 깊이 아래로 추락한 시민 16명이 숨지고 11명이 다쳤습니다.

8년 전 추락 사고가 났던 현장입니다.

추락 위험을 경고하는 안내판은 있지만 시민의 접근을 막는 안전 울타리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근처의 다른 건물 환기구에는 접근 방지 울타리가 있습니다.

[판교 붕괴 사고 부상자 가족]
"떨어졌던 환풍구도 접근이 쉬웠잖아요. 접근하기 어렵게 안전 관리를 강화해야죠. 언제 떨어질지 모르잖아요."

사고 이후 환기구는 지상 2m 이상 높이로 만들고 덮개 같은 추락방지 시설을 설치하라는 규정이 만들어졌습니다.

2m 미만일 때는 접근 차단 시설을 만들게 했습니다.

문제는 이 규정을 만들기 전에 설치한 환기구는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겁니다.

환기구와 이어진 지하 바닥에 반바지 차림의 초등학생이 쓰러져 구조를 기다립니다.

지상으로 돌출된 아파트 환기구에 몸을 기댔다가 7미터 아래로 떨어진 겁니다.

공기가 드나드는 곳을 플라스틱 덮개로 마감한 벽면형 환기구였습니다.

[소방서 관계자]
"친구들하고 달리기 시합하다가 그쪽(환기구)으로 떨어진 것 같아요."

전문가와 현장을 점검해 봤습니다.

2012년 완공한 이 아파트 단지엔 같은 구조의 환기구가 여럿입니다.

[김영민 / 건축구조기술사]
"90kg 하중이 가했을 때 충분히 지지할 수 있어야 합니다. 10살 아이가 기댄 정도의 하중도 못 견디고 빠졌다면, 기대지 말라는 경고 문구나 접근 못하도록 펜스가 있었으면."

인도 한가운데를 지하철 환기구가 차지하고 있습니다.

10분 새 환기구를 밟고 지나간 시민은 수십 명에 이릅니다.

관리를 맡은 서울교통공사는 덮개 구조물을 보강했고 정기 점검도 한다지만, 시민들은 여전히 불안합니다.

[맹원희 / 경기 안성시]
"서로 부딪칠 것 같아서 어쩔 수 없이 위로 올라와야 하는데 무너질까봐 두려움이 있었어요."

[이재원 / 경기 수원시]
"피해 다니죠. 어떤 때는 차도 여기 다니더라고. 불안하죠."

전문가는 노후화 가능성을 지적합니다.

[김영민 / 건축구조기술사]
"세월이 흐르고 반복된 하중이 지나가기 때문에 노후화돼 내력을 상실했을 수도 있습니다. 접합 부분에 대한 점검은 꼭 필요합니다."

오는 10월이면 8년을 맞는 판교 환기구 붕괴사고.

시민 안전을 위협하는 환기구를 꼼꼼히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다시간다 남영주입니다.

PD : 윤순용 권용석


남영주 기자 dragonba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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