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은 비에 밭에서 썩는 고랭지 배추…가격도 폭락
  • 3년 전


강원도 태백은 맛좋은 고랭지 배추로 유명한 곳인데요.

요즘 농민들 시름이 깊습니다.

애지중지 기른 배추가 밭에서 속부터 썩어간다는 겁니다.

그런데 배춧값은 오히려 폭락했습니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강경모 기자가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바람의 언덕으로 유명한 해발 700미터 태백 고랭지 배추 재배단지.

잎이 누렇게 변한 배추가 포기째 널부러져 있고 썩은 냄새가 진동합니다.

[강경모 기자]
"겉으로 보기엔 멀쩡해 보이는 배추도 속을 들여다 보면 누렇게 썩어가고 있습니다."

한달 내내 비가 내려 배추가 썩어가자 아예 수확을 포기한 겁니다.

이달 들어 태백엔 23일간 비가 내렸고, 기온도 평년보다 1도 가량 낮았습니다.

잦은 비 때문에 악취가 나면서 흐물흐물해져 썩는 무름병 피해가 생긴 겁니다.

피해 면적만 전체 재배 면적의 20%인 91ha, 축구장 127개 규모입니다.

배추 생산량이 줄었지만, 가격은 큰 폭으로 하락했습니다.

코로나19 여파로 학교 같은 대형 소비처의 수요가 줄었기 때문입니다.

고랭지 배추 평균 도매가격은 10kg 당 만 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평년보다 절반 넘게 폭락했습니다.

[이정만 / 배추 재배 농민]
"배추 농사가 60년 정도 되는데 최악인 거 같아요. 버리는 거죠. 상품성이 없다 보니까, 설사 작업을 해도 누가 살 사람도 없고…"

보상 받을 길도 막막합니다.

농어업재해대책법상 홍수나 호우는 재해에 포함되지만 장마는 해당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태백시 관계자]
"재해나 이런 쪽으로는 대상이 안 되기 때문에 따로 특별히 지원하거나 그런 건 없습니다."

기상 이변에 따른 가을 장마를 재해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이한진 / 태백농협 농산물유통가공사업소 소장]
"가뭄은 양수라는 방법을 동원할 수 있지만 장마는 하늘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에…. 농업재해대책 범주에
장마로 인한 피해를 포함해야 할 때가 아닌가."

잦은 비로 작황이 좋지 않은 데다 소비 위축으로 가격 폭락까지, 추석을 앞두고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채널A 뉴스 강경모입니다.

영상취재: 김민석
영상편집: 이태희


강경모 기자 kk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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