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을 보다]막말과 장부조작…유명 제과업체의 ‘숨은 영업전략’

  • 3년 전


[현장음]
"장난하냐 지금? 장난하냐고?"
"나이 먹었으면 나잇값을 해야 될 거 아니야. 나이값을!"
"뇌가 없는 거야, 뇌가. 어?"

듣기만 해도 섬뜩한 얘기들입니다.

이 말을 한 사람은 다름아닌 국내 유명 제과업체 크라운제과의 영업소장이었습니다.

영업사원들을 향해서였습니다.

매출을 올리는 일, 기업에겐 최우선 과제일 겁니다.

하지만 목표 달성 만큼이나 그 방법도 중요하겠죠.

폭언과 욕설에 편법까지 동원해 실적을 올려야 했던 영업사원들,

그들도 누군가에겐 소중한 남편이고, 아버지였습니다.

Q1. 채널A가 단독취재한 내용입니다. 요즘 시대에, 그것도 유명기업에서 이런 막말이 오갔다는 게 이해하기 힘든데요?

지난해 여름, 크라운제과의 한 지역영업소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영업소장이 판매실적이 부진한 영업사원들을 '암 덩어리'라고 부르는데,

좀더 들어보시죠.

[크라운제과 ○○지역 영업소장]
"암 덩어리가 몇 명 있잖아. 입사 이래 퇴사 전까지 암 덩어리면 도려내야 되지. 도려내야 된다고. 어? 내가 지시하는 것하고
청소나 하고 잡일이나 해야지 뭐. 본인의 역량이 그것밖에 안 되면…"

Q2. 실제 이런 말을 들은 영업사원들은 뭐라고 하던가요?

당시 현장에 있었던 영업사원은 크라운제과에서 근무한 13년동안, 실적압박 때문에 술을 안 마시면 잠을 잘 수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A 씨 / 전 크라운제과 영업사원]
"필요없는 존재다, 발목잡는 존재다… 머리 속에 맴도는 게 어? 내일은 어디가서 어떻게 팔지? 그게 1년 365일을 머리 속에 맴돌았어요."

해당 사원은 결국 지난해 말 퇴사했습니다.

Q3. 본사도 책임소재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 같은데, 크라운제과 측은 뭐라고 하는 건가요?

"문제가 된 영업소장에 대해서 엄중 경고를 내렸고, 재발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특정 영업소, 특정인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겁니다.

저희가 지난 2017년, 크라운제과 본사 지점장과 산하 11개 영업소장들이 모인 SNS 단체방의 대화내용을 입수했는데, 본사 지점장의 실적압박은 상상 이상이었습니다.

"지금 나한테 반항하냐"는 말은 물론이고, "XX같은 소리를 해야 정신차리겠냐"는 등 욕설도 서슴치 않았습니다.

[B 씨 / 전 크라운제과 영업소장]
"○○영업소장입니다 그랬더니 야이 개○○야부터 시작하는 거예요. 야이 개○○야. 네가 못 했기 때문에 너희 애들도 다 못 하는 거다. 어떻게 해서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라…"

[C 씨 / 전 크라운제과 영업소장]
"오후 6시, 7시에 판매는 이미 다 끝났는데, 보고를 못 하고 가만히 앉아있어요. 전화하면 욕지거리니까. 야이 ○○야. 이게이게 판매야? 야! 뒷발로 팔아도 이것보다는 더 많이 팔겠다. 이 ○○야."

Q4. 과도한 실적압박이 결국 편법으로까지 이어졌다고요?

문제가 된 발언부터 들어보시죠.

[크라운제과 ○○지역 영업소장]
"어제 실제 판매가 얼마 나왔냐? (한달 판매목표의) 4.5% 나왔어요. 4.5%. 그런데 어제 판매 집계한 건 몇 %냐? 여기 보시면 5.3%예요. 왜 5.3%가 됐냐? 당겨 떨었어. 왜? 5%는 양심껏 넘겨줘야 되니까."

여기서 '당겨 떨었다'는 말에 주목해야 합니다.

어제 하루 판매량이 한달 전체 판매목표의 4.5% 정도 됐는데, 전산상엔 5.3%를 판매한 것으로 실적을 부풀렸다는 겁니다.

영업소별로 부풀려진 실적이 적게는 4천만 원, 많게는 1억 원에 달한다는데, 가짜판매가 된 뒤에 창고에 쌓인 재고들을 처리하는 것 또한 영업사원들의 몫이었다고 주장했습니다.

[C 씨 / 크라운제과 전 영업소장]
"회사에서는 과자 1개에 100원에 팔라고 딱 정해졌는데, 가짜판매가 쌓이다 보니까 어쩔 수없이 덤핑 판매를 하는 거죠. 100원이 아니라 40원, 50원, 60원에도 거래처에 나가는 거죠. 그럼 개당 차이나는 50원, 60원이 다 영업사원이나 소장에게 빚으로 가는 겁니다."

크라운제과 측은 뒤늦게 "영업목표를 현실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목표량 할당과 재고 떠넘기기와 같은 근본적 병폐가 사라지지 않는 한, 악순환을 끊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아직도 이런 일이 있다는 게 안타깝습니다.

사건을 보다, 최석호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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