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워치] 홍콩 빈과일보 결국 폐간…비판 목소리 사라지나

  • 3년 전
[이슈워치] 홍콩 빈과일보 결국 폐간…비판 목소리 사라지나


[앵커]

중국과 홍콩 정부를 향해 날 선 비판의 목소리를 내온 홍콩 빈과일보가 결국 문을 닫았습니다.

홍콩보안법 시행 1년을 엿새 앞둔 시점인데요.

홍콩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옵니다.

베이징 연결해서 자세한 소식 들어보겠습니다. 임광빈 특파원.

[기자]

네, 베이징입니다.

[앵커]

지난주 압수수색 소식을 전한 지 딱 1주일 만이네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홍콩의 수사당국이 빈과일보 사옥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선 것은 지난 17일입니다.

편집장 등 5명을 긴급체포했고, 빈과일보와 관련된 회사의 1,800만 홍콩 달러, 우리 돈 26억 원 규모의 자산을 동결했습니다.

이를 계기로 홍콩보안법 시행 1년이 되는 6월 30일 전에 빈과일보가 문을 닫지 않겠냐는 관측이 제기돼 왔는데요.

당국의 거센 압박에 1주일 만에 폐간 소식을 전하게 됐습니다.

[앵커]

이렇게 갑작스럽게 폐간되는 상황까지 몰린 이유는 뭔가요?

[기자]

홍콩 수사당국은 지난주 빈과일보를 압수수색하며 앞서 말씀드린 홍콩보안법상 '외세와의 결탁' 혐의를 적용했습니다.

"30여 건의 기사를 통해 외국 정부를 향해 홍콩과 중국 정부에 대한 제재 부과를 요청"한 점이 구체적인 혐의 내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빈과일보는 홍콩에서 창간한 지 26년이 된 주요 신문인데요.

2000년대 초반부터 중국과 홍콩 정부를 신랄하게 비판하면서 홍콩의 대표적인 반중 매체로 자리 잡았습니다.

빈과일보의 사주는 지미 라이라는 사업가인데, 한국에도 잘 알려진 의류 브랜드 '지오다노'를 창업한 인물입니다.

중국 광둥성에서 태어나, 1989년 톈안먼 사태에 충격을 받은 뒤 홍콩으로 넘어갔고, 언론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014년 우산혁명과 2019년 송환법 반대 시위에도 참여했던 지미라이는 지난해 8월 홍콩보안법 위반 혐의로 체포됐고 12월에 기소돼 구치소에 수감 중인 상태입니다.

727억 원에 달하는 개인 자산도 모두 동결됐습니다.

중국 관영매체와 홍콩 친중 세력은 앞서 지미 라이를 외세와 결탁해 홍콩 정부를 전복하고 홍콩의 독립을 선동하는 인물이라고 몰아세우기도 했습니다.

빈과일보의 폐간 소식이 갑작스러울 수도 있지만, 지난해 6월 30일 홍콩보안법이 시행된 이후 빈과일보는 홍콩 당국으로부터 줄곧 압박을 받아왔습니다.

[앵커]

빈과일보 마지막 신문에는 어떤 내용이 실렸나요?

[기자]

지난밤 수많은 지지자들이 빈과일보 사옥 앞에 모여 직원들을 응원했고, 직원들도 휴대전화 불빛으로 화답했는데요.

이 장면은 빈과일보 마지막 신문 1면 사진으로 실렸습니다.

"빗속에서 고통스러운 작별을 고한다" "우리는 빈과일보를 지지한다"는 글도 담겼습니다.

총 20면 가운데 절반가량은 빈과일보에 대한 최근 당국의 단속과 아쉬워하는 독자들의 반응으로 채워졌는데요.

인쇄기의 마지막 버튼을 누르고 이제는 회사를 떠나야 할 처지에 놓인 직원들은 서로를 응원하면서도 안타까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여러분은 모두 훌륭한 일을 했습니다."

"우리의 마지막 날이고, 마지막 신문입니다. 이것이 홍콩이 언론의 자유와 말할 수 있는 자유를 잃기 시작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아닙니까?"

"정말 고통스럽습니다. 이렇게 끝내서는 안 됩니다."

[앵커]

신문 가판대에서도 마지막 빈과일보를 구하려는 수많은 홍콩 시민들의 구매행렬이 이어졌다고요?

[기자]

총 20면으로 발행된 마지막 신문은 평소보다 12배가량 많은 100만 부가 발행됐습니다.

홍콩 시내 가판대에는 마지막 신문을 구하기 위해 수백 명이 줄을 서서 기다리기도 했습니다.

"이것은 우리가 느끼는 압박의 일부를 표출하는 하나의 방법입니다. 우리는 홍콩 사람들이 절대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을 당국에 말하고 싶습니다. 자유를 위해 모든 것을 할 것입니다."

"이것은 홍콩 시민들의 마지막 신문입니다. 50년 또는 100년 동안 홍콩 시민들의 신문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나는 단지 미래를 위해 이 마지막 신문을 구하고 싶었습니다."

[앵커]

이제 더 이상 홍콩에서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는데요.

어떻습니까?

[기자]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신문은 언론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빈과일보 폐간이 홍콩 언론환경을 급격히 위축시킬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홍콩 민주화 운동 진영을 지지해 온 대만 정부는 "홍콩의 신문과 출판, 언론 자유는 종언을 고하게 됐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를 통해 국제사회는 극단적 독재를 하는 중국 공산당이 이견을 억압하기 위해 극단적인 수단을 동원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덧붙였습니다.

미국과 영국, 유럽연합 EU 등도 홍콩 당국이 보안법을 이용해 반대 목소리를 잠재우려 한다고 비난했습니다.

중국 당국은 당연히 반발했는데요.

빈과일보 폐간과 관련해 "언론 자유를 심각하게 파괴하는 행위"라고 비판한 EU를 향해, EU 주재 중국 사절단 대변인은 '내정에 간섭 말라'고 경고했습니다.

"홍콩은 법치 사회로 언론자유를 보장한다"면서 "하지만, 언론 자유는 면죄부가 될 수 없으며 홍콩을 혼란하게 만드는 행위와 반중에는 치외법권이 없다"고 되받았습니다.

지금까지 베이징에서 전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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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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