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cutView - 가로수길 발레파킹의 '불편한 진실'
  • 4년 전
CBS 장규석 기자/ 최창민 기자

데이트 명소인 서울 신사동 가로수 길에는 불문율이 있다. 차를 갖고 올 경우 무조건 발레파킹 요원에게 돈을 주고 차량 열쇠를 맡겨야 한다는 것이다.

발레파킹은 주차요원들이 차량을 운전자 대신 주차해주는 서비스다. 하지만 가로수 길에서의 발레파킹은 조금 의미가 다르다. 발레파킹을 하는 업체들의 상당수가 주차장이 없거나 아주 협소하기 때문이다.

발레파킹을 맡기면 주차요원들은 차량을 인근의 이면도로 등에 불법주차 해 둔다. 그러다가 구청의 주차단속이 뜨면 갖고 있던 차량 열쇠를 이용해 다른 장소로 이동을 한다. 차 주인이 식사를 하거나 차를 마시고 돌아올 때까지 주차요원과 구청 단속반의 숨바꼭질이 이어지는 것이다.

일단 가로수 길을 찾는 '오너 드라이버'들은 편리함에 주목한다.

주차공간이 턱없이 부족한 가로수 길에서 발레파킹 비용으로 시간당 2천 원만 내면 식사를 하고, 차를 마시고, 쇼핑을 하는 동안 주차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주차단속에 걸리더라도 발레파킹 업체가 과태료를 대신 내 준다. 가로수 길에서 만난 학원강사 윤모(50)씨는 "2천 원에 주차가 가능해서 좋다"며 "발레파킹이 있기 때문에 여기 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주차장이 절대 부족한 가로수 길에 차를 갖고 오는 사람이 몰리면서, 700여미터 남짓한 거리에는 무려 80여명의 발레파킹 요원들이 상주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가로수 길 10미터마다 한 명씩 주차요원들이 배치돼 성업 중이다.

하지만 문제도 많다. 가로수 길의 이면도로까지 발레파킹 업체들이 불법주차를 하면서, 인근 주민이나 업주들이 불법주차에 항의하는 장면이 자주 목격된다. 강남구청 담당자는 "하루에 적어도 3~4건씩 발레파킹 불법주차와 관련된 민원이 들어온다"고 말했다.

온라인 상에서도 '가로수 길에는 차를 절대 갖고 가지 않는다'는 글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네티즌들은 가로수 길에서 주차요원이 '차량을 함부로 몰았다'거나 '접촉사고를 내고 모른척 했다'는 등의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주차요원인 정모(29)씨도 "하루에 몇 번씩 주차문제로 시비가 붙는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급기야 지난 21일 저녁에는 가로수 길에서 김모(32)씨가 발레파킹 직원인 강모(42)씨를 흉기로 위협하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발레파킹 비용을 내지 못하겠다고 시비가 붙었고 김 씨가 차 안에 있던 흉기를 꺼내 강 씨를 위협하면서 경찰서까지 오게 된 것.

더 큰 문제는 대부분의 발레파킹 업체들이 주차장도 없이 무허가로 난립해있다는 점이다. 공공의 재산인 도로를 무단 점유해 수익을 올리고 있음에도 이들 업체들은 도로점용료나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는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세금도 없고 카드도 안 받는 봉이 김선달식 땅 값 장사'라는 푸념도 나온다.

그러나 관할인 강남구청은 아예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구청 담당자는 "발레파킹은 허가 업소가 아니어서 별도로 실태조사를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저 불법주차 민원이 들어오면 가서 단속만 하는 식이다.

때문에 주차난을 당장 해소할 수는 없더라도 발레파킹에 대한 실태조사와 함께 양성화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교통전문변호사인 한문철 변호사는 "주차공간을 확보한 곳이나 일정한 요건을 갖춘 업체에 대해서만 허가해 주는 허가제나 신고제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또 "발레파킹으로 인한 다툼을 피하기 위해서는 보험 가입 여부를 확인하고 귀중품을 차 안에 두지 않는 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