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깊은뉴스]1급 발암물질 ‘라돈’에 노출된 아이들

  • 6년 전


자녀들이 다니는 학교에서 1급 발암 물질 '라돈'이 기준치 이상으로 나온다면, 얼마나 걱정스러울까요?

더 어린 아이들이 다니는 유치원도 '라돈'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습니다.

최주현 기자의 '더깊은 뉴스'입니다.

[리포트]
[강원도 ○○초등학교]
전교생이 마흔명인 강원도의 한 초등학교. 취재진을 교사들이 한사코 가로막습니다.

[교사 A씨]
"죄송한데 어떡하죠? (교장,교감 선생님이) 지금 취재 안하고 싶다고 하시거든요. (한번만 더 여쭤봐주세요)"

왜 이러는 걸까.

[학교 관계자]
"우리 학교가 1등한 것은 아시죠? 강원도에 기준치가 적합하지 않은 학교가 205개에요. 어디에나 있어요, 라돈은."

이 학교의 라돈 농도는 환경부 기준치의 13배였습니다.

[학교 관계자]
"라돈 측정기 구입해놓고, (앞으로) 라돈 저감기도 설치 할거고…"

흙이나 바위에 있는 우라늄이 자연적으로 붕괴하며 만들어지는 라돈. 색깔도, 냄새도 없고, 초 미세 먼지의 3천 5백분의 1에 불과합니다.

인체로 들어오면 폐 세포를 공격하고 암을 유발합니다.

세계보건기구는 라돈을 1급 발암 물질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라돈은 어떻게 생겼을까.

우라늄이 들어있는 돌에 열을 가하자 '침묵의 살인자'라 불리는 라돈이 하얀 연기로 모습을 드러냅니다.

[이승재 / 연세대 라돈안전센터 연구원]
"실제 우리가 있는 이 공간에서도 똑같이 이렇게 많이 (라돈에) 노출되고 있습니다"

교육부가 권고하는 학교의 라돈 허용치는 148 베크렐. 하루에 담배 8개비를 피우는 수준입니다.

교육부 점검에서 이 기준을 넘긴 초중고는 전국적으로 4백여 곳. 라돈은 나이가 어릴수록 더 큰 피해를 줍니다.

[신승수 / 아주대학교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이 덩어리 병변이 최초의 암. 한참 세포가 성장하고 분해하는 과정 중에 방사선 물질에 노출이 된다는 것은 분명히 세포의 암 발생에 장기적으로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고요."

[강원도 ○○유치원]
강원도의 한 유치원.

교실과, 교무실, 자료실의 라돈 수치를 전문업체와 함께 측정해봤습니다.

[현장음]
"측정 결과가 27 베크렐이 나왔습니다."

권고 기준치의 5분의 1, 안전한 수준입니다. 하지만, 일과를 마친 뒤 문을 닫자 상황은 급변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라돈 농도가 올라가더니, 밤 11시가 되자 낮 시간보다 5배 넘게 높아졌습니다.

문을 닫고 밤을 새운 아침 6시. 교실, 자료실, 교무실의 라돈 수치는 측정 이후 최고로 치솟았습니다.

특히, 교무실의 라돈 농도는 200 베크렐을 훌쩍 넘깁니다.

[이영섭 /라돈 측정 전문가]
"(야간에 라돈이 틈이 없는데 어디서 나오는건가요?) 장판 밑에 바닥에서 미세한 균열은 시간이 갈수록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 틈을 통해 유입되는게 제일 많을 수가 있고요."

기준치를 초과한 라돈이 검출된 국공립 유치원은 7곳. 모두 화강암 지대에 있습니다.

라돈과 화강암 지대 사이엔 무슨 연관이 있는걸까.

화강암 지대 속으로 측정기를 넣어 봤습니다. 라돈 수치는 기준치보다 무려 1700배나 높습니다.

[김민준 / 연세대학교 라돈안전센터 박사]
"라돈은 화강암에서 굉장히 많이 방출되는데요, (여기에서도) 22만 베크렐 정도 나왔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경북 ○○ 초등학교]
경북의 이 초등학교에선 2년 전 점검에서 기준치의 7배인 9백 베크렐 이상의 라돈이 검출됐습니다.

학교 측은 부랴부랴 라돈 저감 시설을 설치했습니다.

그 결과 현재 라돈 수치는 당시의 10분의 1까지 떨어졌습니다.

[이영섭 / 라돈 측정 전문가]
"토양 내에 배관을 설치해서 토양 속의 라돈을 외부로 배출하게끔. 전에는 970 베크렐 정도의 농도가 나타났고, 토양배기법 설비가 설치된 이후에는 80 베크렐 이하로…"

당국의 라돈 대책은 어떨까.

우선 학교마다 측정 방식이 제각각입니다. 그것도 1년에 단한번, 1층 이하의 시설만 점검합니다. 그나마도 기준치의 4배 넘는 수치가 나와야만 저감 대책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기준치를 초과한 라돈이 2백개 넘는 학교에서 검출된 강원도. 21곳에만 저감 장치 설치를 계획중입니다.

시설 하나에 수백만원씩 드는 예산은 학교와 교육청이 서로 떠넘기고 있습니다.

[△△초등학교 관계자]
"(교육청도) 처음이니까 대책을 내놓으라고 하시니까. (어떻게 해야할지)몰라서 사방팔방 전화하고 있어요. "

[A교육청 관계자]
"학교장이 학교시설에 방침을 가지고 운영하는 것에 대해서 도교육청이 개입할 것이 뭐가 있어요."

어른들의 이런 방관과 무책임 속에 우리의 꿈나무들은 오늘도 1급 발암 물질을 마시고 있습니다.

채널 A 뉴스 최주현입니다.

최주현 기자(choigo@donga.com)

연출 천종석
글·구성 고정화 김대원
그래픽 전유근
취재협조 연세대 라돈안전센터
라돈닥터

추천